<2022년 12월 어느날>
(금연) 담배, 헤어질 결심!!!
30년이라는 긴 세월 너와 함께했다.
너를 처음 만났던 그 시절 뭐가 그리도 힘들었었는지
너는 나를 위로해주는 유일한 것이었고, 나의 운명같기도 했다.
홍콩영화 속 주인공 주윤발이 깊은 고뇌와 고독을 깊게 마시고 내뿜던 하얀 연기가 그 자체로 멋있기도 했다.
인생의 첫 쓴맛을 봤던, 대학 떨어지던날에도 너는 내게 있었고,
26개월이라는 긴 고립된 군생활 내내 너는 내게 친구처럼 옆에 있었다.
호락호락하지 않는 세상이 기어코 날 넘어뜨릴 때도,
나를 내던지고 다 태워도 아깝지 않은 불꽃같았던 사랑이 결국 날 아프게할 때도,
오늘 나를 다 소진하고, 내일 또 마주하게 될 많은 일들이, 날 계속 지치게할 때도,
즐거울 것 없는 단조로운 일상이 처량하다고 느낄 때도,
매 순간마다 너는 내게 있었다.
만사 다 귀찮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때도,
세상에 덩그러니 혼자인 것처럼 외롭다고 느낄때도,
수없이 많은, 분노, 답답함, 스트레스, 그리고 화가, 나를 덮칠때마다
풀어내지 못하고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여갈 때도
내 옆에 언제나 니가 있었다.
그리고 지금도 여전히..
수많은 사람들이, 너를 백해무익하다고,
수없이 너와 헤어지라할 때
나는 한순간도 그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다.
너는 나의 운명이었고,
너는 그 많은 고뇌와 고독한 순간에서 느끼는 유일한 해방감이었으니까…
40대의 마지막날들이 지나가는 어느날 문득,
뒤돌아서서 나를 마주하고 보니
너 없이도 잘 버텨왔을 것이고,
앞으로도 잘 버텨나갈 것이라는 것을 믿고싶어졌다.
너는 나의 운명도 아니었고,
내게 의미있는 유일한 무언가도 아니었다고 믿고싶어졌다.
너를 옆에 둔 것은, 그저, 하나의 나쁜 습관에 지나지 않았다고 믿고싶어졌다.
40대의 마지막날들이 지나가는 어느날 문득
너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.
너 없이도 잘 버텨나갈 것이다.
안녕, 담배야.
우리 이제, 다시는 만나지 말자.
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조차도 하지 않겠다.
진짜 잘 버텨나갈 수 있을까?
믿고 싶고
다시 또 의심하고...
일단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것
그리고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~
2023년 03월 08일 / 드디어 헤어질 결심대로 담배와 헤어진지 38일차
내 자발적인 의지라기보다 몸에 생긴 문제 때문에 담배와 헤어지기는 했지만... 지금 생각해 보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인 것 같다. 그러나 헤어지기는 했지만 현생을 살아가는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. 그러고 보면 내 삶에서 긍정적이든, 부정적이든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새삼 느낀다. 아~ 허전한 이 마음... 언제라도 다시 보러 갈 것만 같은...............ㅠ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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